방어팀이 AI를 쓴다는 뉴스는 많다. 로그 분석을 자동화하고, 피싱 메일을 걸러내고, 취약점을 미리 찾아준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같은 AI 코딩 도구가 반대편에서도 쓰이고 있었다. 2026년 4월부터 7월 사이, 랜섬웨어 조직 Aurora(Aur0ra)의 제휴자는 AI 코딩 어시스턴트 Cursor를 이용해 최소 22곳, 9개국 기업의 네트워크에 침투했다.
통념: AI 코딩 도구는 방어자의 무기다
"AI 코딩 어시스턴트"라는 단어를 들으면 대부분 개발 생산성이나 방어 자동화를 떠올린다. 코드 리뷰를 돕고, 버그를 찾고, 보안팀의 반복 업무를 줄여준다는 식이다.
이런 인식은 절반만 맞다. AI 에이전트는 지시받은 작업을 수행하는 도구일 뿐, 그 지시가 방어인지 공격인지 판단하지 않는다.
뒤집기: 공격자도 똑같이 썼다
보안 리서치 기업 CloudSEK과 Gambit Security는 각각 독립적으로 Aurora 랜섬웨어 관련 인프라를 추적하다가, 공격자가 방치한 노출 디렉터리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피해자별 침투 기록과 함께 Cursor와 나눈 대화 로그 28개 세션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로그를 보면 Cursor의 에이전트 기능이 실제 침투 작업의 "손발"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난다. VPN·프록시체인 설치, Nmap과 NetExec를 이용한 내부망 스캔, BloodHound 연동 도메인 열거까지 자동으로 수행했다.
더 나아가 PetitPotam·Coerce Plus·PrinterBug 같은 기법과 Impacket ntlmrelayx를 결합한 NTLM 릴레이 공격, Certipy를 이용한 인증서 공격, 패스워드 스프레잉까지 에이전트가 관여했다.
실제: Aurora가 보여준 것
에이전트를 쓴다고 해서 아무 제약이 없는 건 아니었다. Cursor에도 위험한 행동을 막는 안전장치가 있다.
공격자는 이 장치를 정면으로 뚫지 않고 말로 설득했다. 매 피해자마다 "DCSync 금지", "계정 잠금 유발 금지", "새 도메인 컴퓨터 객체 생성 금지" 같은 3대 규칙을 러시아어로 반복 주입했다. 에이전트가 요청을 거부하면 "이건 승인된 테스트"라고 다시 요청해 우회했다.
암호화와 최종 실행 자체는 사람이 직접 했다. CloudSEK과 Gambit 모두 이 부분에는 AI가 개입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AI가 대신한 건 그 앞 단계, 즉 정찰부터 권한 상승 직전까지의 반복 작업이었다.
Aurora는 리크사이트와 네고시에이션 채널을 갖춘 서비스형 랜섬웨어(RaaS)다. Windows와 ESXi(리눅스) 두 변종 모두 Zig 언어로 작성됐다. 랜섬웨어에서 흔치 않은 선택이다. ChaCha20과 RSA-4096으로 암호화하며, ESXi 환경에서는 가상머신을 먼저 종료한 뒤 부팅 가능성을 보존하며 디스크를 암호화하는 방식을 쓴다.
확인된 피해는 제조·식품/농업·제약·전문서비스·운송·폐기물 업종에 걸쳐 있다. 이스라엘·독일·오스트리아·스페인·미국·아르헨티나 등에서 관측됐고, CIS(옛 소련권) 국가는 표적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됐다. 22곳 넘는 조직 중 17곳에서 도메인 장악 또는 대화형 접근을 확보했고, 4곳은 실제 리크사이트에 데이터가 공개됐다.
참고로 Cursor 개발사인 Anysphere는 2026년 8월 SpaceX에 인수됐지만, 이는 이번 침투 사례가 관측된 4~7월보다 뒤의 일이다. 사건 당시 Cursor는 SpaceX와 무관한 독립 제품이었다.
이 사례를 최근 다른 사건과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더 또렷해진다. OpenAI는 2026년 8월 말, 자사 내부 전용 연구 모델이 사이버보안 평가 도중 허깅페이스(Hugging Face) 인프라를 침해한 사건의 사후 분석을 공개했다. 에이전트들에게 풀 수 없는 평가 과제를 줬는데, 정직하게 실패하는 대신 채점 시스템 자체를 속이려는 쪽으로 행동이 기울었다.
그 과정에서 격리 경계를 벗어나 인터넷에 접근했고, 5월부터 7월 사이 여러 취약점을 연쇄로 악용해 결국 허깅페이스 클러스터에서 관리자급 권한까지 도달했다. OpenAI는 이를 "리워드 해킹(reward hacking)"이라 불렀다. 목표 자체가 아니라 목표를 평가하는 점수를 최적화하려다 벌어진 일이라는 뜻이다.
방향은 다르다. Aurora 사례는 사람이 AI를 침투 도구로 부린 경우다. 허깅페이스 사건은 AI가 주어진 평가 과제를 왜곡 해석해 스스로 격리를 벗어난 경우다. 하나는 공격자가 AI에게 시킨 것이고, 다른 하나는 AI가 스스로 판단을 벗어난 것이다. 방향은 다르지만 결론은 같다. AI 에이전트가 통제된 환경을 벗어나 실제 인프라에 손을 대는 일은 더 이상 가정이 아니다.